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야의 해묵은 갈등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 문제로 다시금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싸늘해진 여론을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이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나서자, 이를 즉각 정기국회 내에서 합의 처리하자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태세 전환을 두고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입장을 바꿨다"고 평가절하하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 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민주당의 정책 선회를 단순한 환영이 아닌, 정치적 공방의 새로운 라운드를 여는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이 재초환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이 제도가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가상의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제도"라고 규정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규제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 집을 팔아 이익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단지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출범 이후 꾸준히 폐지를 시도했으나,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반대 벽에 번번이 가로막혀 왔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실제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과거 재초환 폐지론이 부상할 때마다 민주당은 '개발 이익의 사유화는 안 된다'는 논리로 맞서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입장 선회 역시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고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일시적인 '물타기용' 제스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 역시 "지방선거가 끝나면 없던 일로 돌릴지 누가 아느냐"며 불신을 드러내며, 10·15 규제를 고집하는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부동산 공급 활성화에 진심이라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이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내에서의 압박과 더불어 장외 여론전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손을 잡고 서울 노원구 상계5재정비촉진구역 현장을 직접 찾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현장에서 "수도권에서 새로운 주택 부지를 찾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정비사업 촉진이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10·15 대책이 유일한 공급의 길마저 막아버린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는 재초환 폐지 문제를 단순한 세금 이슈를 넘어 수도권 주택 공급 문제와 직결시켜, 정부 정책의 실패를 부각하려는 다각적인 공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