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양국 정상으로서의 첫 대면을 갖고 향후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성사된 이번 한일 정상회담 직후, 다카이치 총리는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며 이 대통령의 따뜻한 환대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첫 만남이었지만, 회담의 핵심은 녹록지 않은 국제 정세에 대한 양국의 공동 인식과 대응에 맞춰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의 전략적 환경 아래에서 미일, 한미일 관계의 연계를 확실히 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밝혀, 북한의 핵 위협과 미중 패권 경쟁 등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 속에서 3국 공조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양국 관계의 '관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웃 국가로서 입장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리더십을 통해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과거사 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양국 간에 상존하는 민감한 현안들을 당장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양국 정상이 책임감을 갖고 통제하며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현실적인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입장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되, 그것이 한미일 안보 공조라는 더 큰 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전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내년으로 다가온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지향하며 실용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양국 정부의 의도가 깔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교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쌓아온 양국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하며,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과거 정권에서 경색되었던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경제, 안보,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특히 양국 정상 간의 소통을 정례화하는 '셔틀외교'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정기적인 정상 간의 만남과 대화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고 신뢰를 쌓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향후 양국 관계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더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의 첫 정상회담은 '안정적 관리'와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다. 복잡한 과거사 문제를 덮어두기보다는 '관리'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당면한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셔틀외교 복원이라는 구체적인 합의를 통해 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 다만, '입장 차이'로 표현된 민감한 현안들이 언제든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잠재적 뇌관으로 남아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마련된 긍정적인 모멘텀을 실질적인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양국 정상의 향후 리더십에 달린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