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탈모는 생존 문제"라며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하면서 정국은 물론 의료계와 주식시장에까지 거대한 파문이 일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탈모 치료 관련주는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반영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다른 중증 질환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서 메타랩스와 TS트릴리온 등 탈모 치료 관련주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2022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내세웠던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신중론을 넘어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라디오에 출연해 유전적 탈모에 건보를 적용할 경우 “건보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종합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은 자가면역 질환인 원형 탈모에만 적용되며, 생명이나 신체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유전적 탈모는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중증 질환 급여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 부합한다”며 탈모 치료의 우선 급여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긴급성이 떨어지는 질환에 건보 재정을 투입할 경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논란이 큰 정책을 대통령이 언급한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탈모가 면접, 취업, 결혼 등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젊은층에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정 장관 역시 “대통령의 발언은 탈모가 젊은층의 취업 과정에서 자신감이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정원오 성동구청장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 구청장은 2022년 5월 전국 최초로 만 39세 이하 구민에게 경구용 약제비의 50%(연간 20만원 한도)를 지원하는 탈모 치료 지원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는 “탈모 지원 정책이 정 구청장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한 말”이라고 관전평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최근 정 구청장의 정책을 칭찬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정 구청장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지방정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많아 칭찬해주신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촉발된 탈모 건보 확대 논란은 향후 복지부의 종합적인 재정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치권과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