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도로에서 위험천만한 약물 운전 사고가 발생했다. 분당경찰서는 이 사고를 일으킨 60대 남성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조사한 뒤, 지난달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사고는 오전 시간대 성남시의 한 편도 6차선 도로에서 벌어졌다. 당시 A씨는 앞 범퍼가 파손된 채로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승용차 안에서 고개를 떨군 상태로 앉아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운전자들이 112에 신고하면서 경찰에 처음 상황이 전달됐다. 한 목격자는 “운전자가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없어 졸음운전이 의심스러웠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곧이어 또 다른 시민이 A씨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차량 운전석 문을 열고 말을 걸자, A씨는 졸음에서 깨어난 듯 반응을 보였고, 놀랍게도 다시 차량을 출발시켰다. 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A씨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고 정차를 명령했으나, A씨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1km 가까이 주행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A씨는 갑작스레 경찰의 정차 지시에 반응했고, 급정거를 시도하다 앞서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의 후면을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로 인해 차량 파손과 교통 혼란이 뒤따랐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경찰은 A씨에 대해 마약류 반응 검사를 실시했으며, 검사 결과 A씨의 몸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미다졸람 성분이 검출됐다. 미다졸람은 병원에서 수면 내시경 등 시술 시에 사용되는 최면진정제 계열 약물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일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위해 수면마취 시술을 받은 뒤, 완전히 약 기운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차량을 몰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A씨는 병원을 떠나 차량을 몰고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던 중 램프 구간에서 연석을 들이받으며 차량 전면 범퍼를 파손시켰다. 이때 이미 운전이 불가능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약 3km가량을 추가로 운전한 뒤, 결국 경찰에 의해 제지되기 직전까지 운행을 지속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분당경찰서는 A씨의 행위가 명백한 ‘약물운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면내시경 시 투여되는 향정신성 약물은 대개 30분 정도 지나면 의식은 회복되지만, 그 이후에도 판단력 및 운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며 “이러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면마취 후에는 절대적으로 차량 운전을 해서는 안 되며, 이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운영 중인 ‘나는 경찰’ 프로젝트의 사례 중 하나로도 소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시민과의 소통 강화를 목표로 현장 사례를 콘텐츠로 제작해 공개하는 경찰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다. 경찰청은 이번 사고 사례를 약물운전의 심각성을 알리는 여섯 번째 콘텐츠로 선정해, 관련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수면마취 이후 약물 운전의 위험성을 경각심 있게 알리는 것이 이번 콘텐츠의 목적”이라며 “사소한 부주의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수면마취 이후 운전 금지의 필요성과 법적·윤리적 책임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경찰은 향후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병원과 협력해 운전자 대상의 안내 강화 및 사례 홍보 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