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스토킹에 시달리다…제주 도심서 40대女 참변

제주에서 스토킹과 교제폭력 피해를 호소해 온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경찰의 신변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돼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상태였지만, 갑작스러운 공격 앞에서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숨졌다.제주서부경찰서는 12일 60대 초반 남성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 38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호텔 앞에서 전 연인인 40대 중반 여성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A씨는 현장을 벗어나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와 이동 경로 등을 토대로 추적에 나섰고, 같은 날 오전 5시 8분쯤 제주시 건입동의 한 길거리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의 구체적인 상태나 범행 관련 진술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사건 전부터 A씨와의 관계에서 여러 차례 위험을 호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5월 중순 처음 교제폭력 신고가 접수된 뒤에도 스토킹과 교제폭력 관련 신고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신고 당시 경찰은 B씨에게 긴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 지급을 안내했다. 스마트워치는 착용자가 위급할 때 버튼을 누르면 112상황실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되고 위치 정보가 전달되는 장치다. 그러나 당시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식 사건 접수나 스마트워치 지급, 접근금지 명령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 16일 B씨에게 보복 폭력 피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112 신고 시스템상 안전조치 관리대상으로 등록했다. 최초 신고 이후 약 4개월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인 안전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보호 장비는 이번 범행을 막지 못했다. 경찰은 B씨가 A씨의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아 스마트워치 긴급 버튼을 누를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쓰러진 B씨는 현장을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피해자가 경찰의 안전조치 대상이었음에도 숨지면서,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 보호 체계의 한계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인 조치가 제한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A씨의 범행 전후 행적을 분석하고 있다. 또 A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흉기 준비 경위, 계획 범행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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