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아파트, 다세대, 연립주택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이루어진 집합건물 증여는 총 2만 64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 5391건)보다 4.1% 증가했다. 이는 2022년 이후 동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이러한 증여 급증 현상은 서울이 주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증여 건수는 5877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9.6%나 폭증했다. 전국 증가분인 1037건 중 약 93%에 달하는 965건이 서울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실상 서울의 다주택자와 자산가들이 전체 증여 시장의 확대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가 다시 활발해지는 것은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증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최근 다시 들썩이는 집값과 앞으로 더욱 무거워질 세금 부담에 대한 공포감이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세금을 통한 집값 규제는 없을 것이라 공언했지만, 최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시장의 기대를 뒤집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부동산 안정을 위해 세금 정책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고,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잇따라 증세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기 위한 일종의 '군불때기'로 해석하고 있으며, 다주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세금 폭탄'이 현실화되기 전에 서둘러 자산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던 2020년에서 2022년 사이 증여가 크게 늘었으나, 2023년에는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여 취득세의 과세표준이 기존 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으로 바뀌면서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 여파로 주춤하던 매매 시장이 살아나고 현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일부 낮춰준 것도 증여 대신 매매로 돌아서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증여가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서울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양천구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당장의 증여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 더 커질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정책적 스탠스가 '증세'로 기울면서, 자산가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이 확대될 경우, 해당 지역의 다주택자는 양도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거의 모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중과된다. 이에 따라 세금에 민감한 다주택자들은 매도와 증여를 놓고 저울질하며 절세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최근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집을 파는 것이 나은지, 혹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증여세와 취득세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비아파트나 다른 형태의 자산 증여까지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향후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