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소셜 미디어 샤오홍슈에 "올리브영 쇼핑에 수천 달러를 지출했어요! 필수템 목록을 공유합니다"라는 한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구매 후기를 넘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MZ세대의 소비 경향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고가 명품이나 면세점 쇼핑에 집중했던 이들은 이제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를 찾아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과 최신 유행을 직접 체험하며 K-라이프스타일을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과 K-문화의 광범위한 확산이 맞물려 만들어낸 새로운 현상으로 분석된다.

 

중국 MZ세대에게 올다무는 단순한 물건을 사는 공간을 넘어선다. 이들은 K-팝, K-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접한 한국인의 '일상생활'과 '유행'을 직접 경험하기를 갈망한다. 번쩍이는 명품 매장 대신, 한국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올리브영에서 최신 뷰티 제품을 고르고, 다이소에서 아기자기한 생활 잡화를 둘러보며, 무신사에서 한국 스트리트 패션을 접하는 데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진정한 한국'을 직접 느끼고 싶다는 내면의 바람이 표출된 것이다.

 

샤오홍슈에서 '올리브영 쇼핑 리스트'가 수만 건의 '좋아요'를 얻는 현상은, 단순히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나 역시 한국의 유행을 이해하고 있다', '한국인의 생활 방식에 동참하고 있다'는 일종의 문화적 증명이자 소속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피부 트러블에는 어떤 제품이 좋나요?", "대신 구매해 줄 분 안 계신가요?"와 같은 댓글들은 단순한 상품 문의를 넘어, 한국의 일상에 더 깊이 녹아들고 싶어 하는 강렬한 열망을 드러낸다.

 

이처럼 올다무를 구성하는 각 브랜드는 중국 MZ세대에게 K-라이프스타일의 다채로운 면모를 선사한다.

 

올리브영은 K-뷰티의 선두 주자이자 '자기 관리'의 대표적인 공간이다. 한국인들이 피부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떤 제품을 선호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구매함으로써, '나도 한국인처럼'이라는 만족감을 얻게 된다. 올해 3분기 기준, 오프라인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신장하며 K-뷰티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다이소는 마치 '일상 속 보물찾기'와 같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의 아기자기한 생활용품,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 그리고 뛰어난 가성비의 뷰티 아이템을 구매하며 한국인의 실용적이면서도 소박한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샤오홍슈에 올라오는 '변신 비용 단돈 00원'과 같은 게시물들은 다이소의 '가성비 뷰티'가 단순한 상품을 넘어 '변화'와 '재미'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지난 8월, 다이소 명동본점의 해외카드 결제 건수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30% 증가하며 그 인기를 증명했다.

 

무신사는 K-패션의 '현재'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창구 역할을 한다. 고가의 명품 로고보다는 개성과 최신 유행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젊은이들의 패션 감각을 직접 경험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무신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외국인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에 달했으며, 특히 외국인 방문객이 집중되는 5개 주요 매장(강남, 명동, 성수, 한남, 서면)의 매출은 55% 이상 급증하는 기염을 토했다.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와 '무신사 스토어 강남'의 경우 외국인 매출 비중이 각각 50%, 30%를 상회하며 K-패션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선 깊은 문화적 함의를 내포한다. 올해 상반기 전체 방한 외국인 관광객 883만 명 중 중국인 관광객이 253만 명(28%)을 차지했으며, 이들의 소비 행태 변화는 올다무의 성장을 강력하게 이끌고 있다. 올다무를 통해 중국 MZ세대는 한국인들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된다. 심지어 올다무 매장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하여 중국 현지에 되파는 이른바 '보따리상'까지 등장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는 올리브영, 무신사 등에서 유래한 수천 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우수성을 넘어 '한국적'이라는 가치와 그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K-문화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올다무가 중국인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그 경험을 인증하는 핵심적인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단순히 '관광 명소'나 '고급 브랜드'만을 제공하는 국가가 아니라, '살아보고 싶은', '체험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곳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