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 줄 5천원 시대, 이 음식이 '혜자'로 불리는 이유
치솟는 물가에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뒤바뀌고 있다. 과거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던 메뉴들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지로 재평가받는 반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은 이제 부담스러운 가격표를 달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대표적인 사례는 떡볶이다. 2010년대 초반, 1만 4천원이라는 가격으로 등장한 '동대문엽기떡볶이'는 당시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인 떡볶이치고는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주요 메뉴 가격을 동결한 사이 다른 외식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3~4인분의 푸짐한 양을 고려하면 1인당 부담액이 저렴해 이제는 '혜자' 음식으로 불린다.

족발이나 치킨 같은 메뉴들도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 한때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여겨졌던 족발은 1인분에 2만원을 넘나드는 삼겹살 가격과 비교되며 오히려 합리적인 육류 메뉴로 인식되고 있다. 2만원대에 진입한 치킨 역시 두 사람이 나눠 먹으면 1인당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여전히 훌륭한 가성비 선택지로 꼽힌다.
반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천원 김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김밥 한 줄 가격이 3,500원을 넘어 5,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라면과 김밥만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던 시절은 지나, 이제 김밥과 라면 세트가 1만원에 달하는 시대가 되었다.

저가 피자의 상징이었던 '피자스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5,000원짜리 치즈피자는 9,000원 가까이 올랐고, 인기 있는 메뉴에 토핑을 추가하면 2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 때문에 할인 혜택을 적용한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져 '가성비'라는 장점이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의 메뉴판을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 절대적인 가격보다는 양과 구성, 1인당 비용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 문화가 확산되면서 과거의 가격표에 대한 고정관념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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