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고물가에 '대용량·저가' 승부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돌파하며 민생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식품업계가 유례없는 가격 파괴와 대용량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외식 물가 부담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 1,000원대 빵과 리터 단위의 커피 등 이른바 '가성비 끝판왕' 제품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이는 고물가 장기화로 인해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체리슈머'가 늘어난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식사 대용으로 인기가 높은 피자빵과 크로켓 등 4종의 제품을 1,000원대에 출시하며 가격 저항선 허물기에 나섰다. 최근 빵 하나 가격이 국밥 한 그릇에 육박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 부담은 획기적으로 낮춘 라인업을 강화해 고객 유입을 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마진율이 낮더라도 방문 빈도를 높여 전체 매출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음료 시장에서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던킨은 기존 소용량 커피보다 4배나 큰 1.4리터 대용량 제품인 '자이언트 버킷'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 출시했다. 이미 지난해 1리터 용량 제품으로 140만 잔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대용량 수요를 확인한 바 있다. 한 번 구매로 온종일 마실 수 있는 가성비를 앞세워 커피 전문점과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외식 대신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집밥족'을 겨냥한 간편식 시장도 보양식을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계탕 외식 가격이 1만 8,000원을 넘어서는 등 보양식 물가가 치솟자 오뚜기와 대상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은 능이 삼계탕과 남도식 추어탕 등 프리미엄 간편식을 잇달아 내놓았다.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춘 것이 특징이며, 조리 과정의 번거로움까지 해결해 1인 가구와 주부층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끼니 해결을 넘어 집에서도 전문적인 요리를 즐기려는 수요를 잡기 위한 조미 소스 시장의 고급화도 눈에 띈다. 올가홀푸드 등은 국산 콩 백간장이나 진한 치킨스톡 등 프리미엄 소스 4종을 선보이며 외식 수요의 내식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비싼 외식비 대신 좋은 식재료와 소스를 구매해 직접 요리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스 하나로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 물가는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가성비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식품 기업들은 앞으로도 대용량 제품의 품목을 다변화하고,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업계의 '가성비 전쟁'은 투표 이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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