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폭우로 한국인 수백 명 공항서 고립
태국 수도 방콕 일대에 사흘간 33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시 전체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빠졌다.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겨 도심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현지 승무원들의 출근마저 막히면서 방콕 공항에서는 한국인 승객 수백 명이 14시간 넘게 발이 묶이는 대란이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태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쏟아진 기습적인 폭우로 방콕과 인근 지역에서 5만 2,00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주택과 상가가 물에 잠기면서 4,9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학교와 사원 등 200여 곳의 임시 대피소로 피신했다. 도심 도로가 수몰돼 교통이 전면 차단됐으며, 국영 은행 지점들이 문을 닫는 등 주요 사업장의 영업 중단도 잇따랐다. 생필품 사재기로 상점 진열대가 비어 나가자 태국 총리실은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도시 마비의 여파는 공항으로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홍수로 도로가 막히면서 항공사 승무원들이 제때 출근하지 못하자 여객기 운항이 줄지어 지연됐다. 타이항공 편으로 귀국하려던 한국인 수백 명은 전날 밤부터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14시간 이상 고립돼 큰 불편을 겪었다.

가족과 함께 방콕을 찾았던 김모(37)씨는 "어젯밤 11시 10분 비행기였는데 출발 시각이 새벽 1시 30분, 3시, 6시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며 "게이트에 안내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고, 라운지에 직접 찾아가서야 '폭우로 직원들이 출근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설명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항공사 측의 불통 속에 승객들은 제대로 된 안내나 지원 없이 공항 의자와 바닥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번 폭우로 인한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확인됐다. 현지 매체 파타야메일에 따르면, 지난 24일 태국 촌부리주 파타야 인근에서 홍수에 휩쓸려 실종됐던 30대 한국인 추정 남성이 사흘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어민에 의해 발견될 당시 실종 당시 착장과 유사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태국 당국은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방콕을 비롯해 논타부리, 사뭇쁘라깐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을 '재난 지역'으로 전격 선포했다. 방콕시는 초당 1,200㎥의 물을 뽑아내는 배수펌프를 전면 가동 중이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태국 정부는 교통 혼잡을 완화하고 복구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방콕 및 인근 3개 주 공무원들에게 이틀간의 '특별 휴무령'을 발령했다.
당국의 총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시내 침수 지역이 넓고 항공편 차질이 이어지고 있어, 방콕 일대의 도심 기능과 공항 운항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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