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은 일찍 눈떴다! 손정범, 서울 우승도 깨울까
축구계에서는 뛰어난 재능이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FC서울의 젊은 미드필더 손정범도 올 시즌 자신의 잠재력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하며 주목받고 있다. 프로 데뷔 첫해부터 팀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은 그는 서울의 K리그1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해외 무대 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도 키워가고 있다.손정범은 올해 2월 10일 비셀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서울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31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뛰어난 축구 지능과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서울이 10년 만의 K리그1 우승을 바라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달 18일 풋볼리스트와 만난 손정범은 쏟아지는 언론과 팬들의 관심이 아직 낯설다고 했다. 질문에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에서는 조심스러움이 묻어났지만, 자신의 축구에 대한 확신도 엿보였다. 성급하게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꾸준한 성장으로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선수의 면모가 드러났다.
손정범이 축구를 시작한 계기는 두 형이었다. 첫째 형 손상범은 대학 시절까지 축구를 했으며, 둘째 형 손승범은 현재 화성FC에서 선수로 뛰고 있다. 형들을 따라 자연스럽게 축구공을 접한 손정범은 또래보다 늦게 시작했음에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축구공을 처음 만졌을 때부터 자신의 재능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주변에서도 축구를 잘한다며 계속해 보라고 권했고, 형들과 함께 공을 차며 실력을 키웠다. 이후 엘리트 선수 과정을 밟으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재능만으로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었다. 서울 유소년팀에서 성장하던 손정범은 중학교 2학년 때 발목 골절을 당해 한동안 축구를 쉬었다. 복귀한 뒤에는 몸 상태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느낌에 불안감을 겪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경기력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손정범은 당시 자신의 몸이 다시 좋아질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특별한 해결책을 찾기보다 꾸준히 훈련하는 길을 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 상태가 회복됐고, 경기력도 다시 올라왔다. 부상 경험은 이후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현재 손정범은 폼롤러와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튀김과 탄산음료, 젤리, 과자 등 몸 관리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음식도 멀리하고 있다. 탄산수는 즐겨 마시지만, 축구를 위해 스스로 정한 생활 습관을 지키며 컨디션 관리에 힘쓰고 있다.
올해 동계 훈련을 통해 처음 서울 1군에 합류했을 때만 해도 손정범은 선배들과 함께 훈련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 시즌 내내 주전으로 활약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기동 감독과 선배들의 도움 속에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시즌 첫 경기였던 비셀고베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당시 손정범은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르며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시야가 좁아지는 듯했고 관중의 응원 소리도 평소와 다르게 들렸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그에게는 축구 인생에서 오래 기억할 만한 하루였다.
이후 손정범은 인천유나이티드와의 리그 개막전에도 선발 출전해 팀의 2-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주전 미드필더로 출전 기회를 이어간 그는 리그 4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에서 프로 첫 도움을 기록했고, 이어진 광주FC전에서는 전반 9분 바베츠의 헤더 패스를 머리로 연결해 프로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손정범에게 첫 골은 특히 잊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경기장에서 팬들의 환호를 듣고 동료들이 달려와 축하해 주는 장면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일이었다. 잠들기 전 상암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그 장면이 실제로 펼쳐졌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고 밝혔다.
기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강원FC와의 리그 10라운드에서는 전반 종료 직전 송준석과 충돌한 뒤 상대의 보복성 행동으로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비디오 판독(VAR) 끝에 두 선수 모두 퇴장 명령을 받았다. 손정범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렸다. 다행히 서울이 2-1로 승리했고, 팬들이 개인 메시지로 보내준 위로와 응원도 그가 마음을 추스르는 데 힘이 됐다.
올 시즌 손정범에게는 프로 무대 외에도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 시즌 개막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본머스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은 것이다. 다른 나라와 팀에서 몇 주 동안 훈련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한 부분을 느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해외에서 테스트를 받아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8월 초에는 2026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팀 K리그의 영플레이어 대표로 선발돼 맨체스터시티와 맞붙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경기한 경험은 손정범에게 새로운 자극이 됐다. 빠른 경기 템포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느꼈지만, 상대가 공을 받는 위치와 공격 전개 속도가 수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배울 수 있었다. 자신도 플레이 속도를 높이면 상대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 포든과 앙투안 세메뇨가 인상 깊었다고 꼽았다. 세메뇨는 뛰어난 신체 능력뿐 아니라 기술적인 완성도도 갖춘 선수였고, 직접 대인 수비를 맡았던 포든은 막아내기 까다로운 상대였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대결은 손정범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동기를 제공했다.
해외 무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손정범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대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분데스리가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초등학교 시절 독일을 방문해 현지 경기를 관람했던 기억도 독일 무대에 대한 꿈을 키운 이유로 꼽았다.

손정범과 인터뷰가 진행된 9월 이후 서울은 승점을 꾸준히 쌓으며 우승에 가까워졌다. 당시 서울은 2위 울산HD에 승점 18점 차로 앞서 있었고, 2016년 이후 10년 만의 K리그1 정상 등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정범은 동계 훈련 당시 팀 분위기가 좋아 우승을 기대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좋은 흐름이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단, 팬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힘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또 올 시즌 자신이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손정범은 서울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우승이라는 말을 꺼내기에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팀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상과 경기력 부진을 견디고 1군 데뷔와 프로 첫 골을 이룬 손정범은 이제 서울의 우승 도전과 해외 진출이라는 다음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어린 시절 스스로 느꼈던 재능을 꾸준한 노력으로 발전시켜 온 그가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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