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또 아카데미에게 외면당했다
거장 박찬욱 감독의 오스카 도전이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그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국내외 영화 팬들에게 큰 충격과 아쉬움을 안겼다. 지난달 예비 후보 15편에 포함되며 청신호를 켰던 기대감은 끝내 현실이 되지 못했다.미국 유력 매체들은 일제히 '이변'과 '냉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번 결과를 비중 있게 다뤘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박찬욱 감독이 아카데미로부터 또다시 무시당했다"고 직설적으로 보도하며, 그의 작품이 가진 독창성과 예술적 성취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3년 전 '헤어질 결심'의 후보 불발 사태가 재현된 것으로,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시상 기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심층 분석 기사를 통해 '어쩔수가없다'의 탈락 요인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평단의 극찬과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유독 치열했던 올해 국제영화상 부문의 경쟁 구도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특히 '어쩔수가없다'의 북미 배급을 맡은 네온(Neon)의 전략적 선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네온은 이번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최종 후보 5편 중 무려 4편('시크릿 에이전트', '그저 사고였을 뿐', '시라트', '센티멘탈 밸류')의 배급을 담당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배급사 입장에서, 자사 영화들 간의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특정 작품에 홍보 역량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어쩔수가없다'는 네온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희생양이 된 셈이다.

LA 타임스는 더욱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아가씨', '헤어질 결심'에 이어 또다시 박찬욱의 영화를 외면한 아카데미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어쩔수가없다'가 보여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블랙 코미디의 미학은 아카데미의 벽을 넘기에 충분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거장의 기다림이 또다시 길어지게 된 현실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오스카 도전 실패는 단순히 작품성의 문제를 넘어, 아카데미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거대 배급사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결과물로 해석된다.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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