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명수 팔아 독립운동, 아무도 몰랐던 기업가의 정체
'활명수'라는 국민 소화제를 만든 기업인이자,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운동가, 그리고 인재 양성에 힘쓴 교육가. 이 모든 수식어가 한 사람을 가리키지만, 그의 이름 '민강'은 대중에게 낯설다. 최근 그의 삶을 다룬 평전이 출간되면서,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위대한 거인의 발자취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민강의 업적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단연 활명수의 개발이다. 구한말, 급체와 전염병으로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던 시절, 궁중 비방에 양약의 장점을 더해 만든 활명수는 '생명을 살리는 물'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 최초의 등록 상표이기도 한 이 신약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지만, 그는 부의 축적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기업 활동으로 얻은 막대한 이윤을 조국의 독립을 위한 자금줄로 삼았다. 동화약방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국내 비밀 연락망인 '경성연통부'의 거점이었고, 활명수는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이동할 때 비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물자산이었다. 그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항일 비밀결사 '대동청년단'을 조직하는 등 직접 운동에 뛰어들었고, 이로 인해 옥고까지 치른 유일무이한 기업인 독립운동가로 기록된다.
그의 헌신은 교육 분야에서도 빛을 발했다. 민족의 미래가 인재 양성에 있다고 믿었던 그는 1907년 소의학교(현 동성중·고등학교)와 1918년 조선약학교(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설립에 깊이 관여하며 교육의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인재를 키워 국가의 미래를 도모한 그의 정신은 현대의 ESG 경영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처럼 위대한 삶을 살았음에도 그가 잊혔던 이유는 평생 일기 한 줄, 저서 한 권 남기지 않은 그의 성품 때문이었다. 그의 역사가 다시 조명받게 된 것은, 잊힌 조상의 삶을 안타까워한 후손의 간절한 노력으로 한 역사학자가 그의 평전을 집필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이화학당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그의 친척 민금봉의 존재가 드러나기도 했다.
1937년, 독립운동으로 인한 탄압 속에 경영난을 겪던 동화약방은 또 다른 민족기업가 윤창식에게 인수되어 그 명맥을 이어왔다. 한 병의 약으로 백성을 구하고, 그 이윤으로 나라를 구하려 했던 민강의 숭고한 정신은 이제 한 권의 책을 통해 100년의 시간을 넘어 되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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