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결혼식 올린다더니 18대 1…내년엔 덕수궁도 열린다

국가유산청이 고궁을 활용한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올해 가을 경복궁 권역에서 처음 시행되는 사업이 높은 관심을 끌면서, 내년부터는 덕수궁 권역까지 예식 장소가 넓어진다. 문화유산 공간을 시민의 일상 속 특별한 장소로 개방하겠다는 취지다.25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올해 국립고궁박물관 앞 은행나무 쉼터에서 시작되는 야외 결혼식 지원사업은 내년부터 덕수궁 석조전 일대에서도 추진된다. 국가유산청은 청년층의 결혼 비용 부담을 덜고, 궁궐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국민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4월 해당 사업을 처음 공개했다.
첫 예식 장소인 국립고궁박물관 은행나무 쉼터는 경복궁 권역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다. 100년 넘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나란히 서 있고, 광화문과 흥례문, 근정전으로 이어지는 궁궐 지붕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악산과 인왕산을 배경으로 품은 공간이기도 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결혼식은 하객 100명 안팎의 소규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반 예식뿐 아니라 전통 혼례도 선택할 수 있다. 고궁박물관은 예식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실내 피로연장 대관, 비품비 100만원을 지원한다. 저소득층과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 2쌍에게는 최대 650만원까지 지원한다.

반응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첫 모집임에도 16쌍 선발에 293쌍이 신청해 18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청자는 한국을 포함해 15개국에서 몰렸다. 경제적 사정으로 결혼식을 미뤄온 예비부부, 장거리 연애를 이어온 군인 커플, 배우 활동을 하며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특별한 결혼식을 꿈꿔온 커플 등 다양한 사연이 접수됐다.
국가유산청은 높은 수요를 반영해 올해 지원 일정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늘리고, 지원 대상도 16쌍에서 28쌍으로 확대했다. 내년부터는 가을에만 운영하던 일정을 봄과 가을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한다.

특히 내년 추가 장소로 검토 중인 덕수궁 석조전 앞마당은 또 다른 상징성을 지닌 공간이다. 석조전은 덕수궁 안에 자리한 서양식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대한제국 시기 근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 유산이다. 전통 궁궐 건축과 근대 서양식 건축이 공존하는 배경은 경복궁과는 다른 분위기의 야외 예식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사업이 궁궐을 관람 중심 공간에서 시민이 직접 추억을 만드는 생활 속 문화유산 공간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산청 관계자는 “궁궐을 국민에게 더 가까이 돌려줄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관심이 큰 만큼 내년 예산을 확대하고 추가 장소도 계속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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