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만 명이 미치도록 열광하는 이유...가을 되면 '노란 융단' 깔리는 이곳의 정체

 강원도 홍천의 깊은 골짜기,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지극한 사랑으로 시작된 숲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다시 한번 문을 연다. 내면 광원1리에 자리한 이 은행나무 숲은 한 남편이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아내의 쾌유를 간절히 바라며 일궈낸 비밀의 정원이다. 그는 무려 4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땅에 2000그루가 넘는 은행나무를 한 그루 한 그루 심고 가꾸며 아내의 건강을 기도했다. 그렇게 애틋한 사랑과 염원으로 채워진 이 숲은 1985년부터 무려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오직 부부만을 위한 치유의 공간으로 존재해왔다.

 

그렇게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 있던 숲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였다.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노란빛 세상과 그 안에 담긴 애절한 사연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숲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결국 숲의 주인은 2010년부터 매년 가을, 은행나무가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10월에만 숲을 일반에 무료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15년, 이곳은 매년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대한민국 대표 가을 명소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이곳을 찾는 즐거움은 단지 2000그루의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황금빛 물결에만 머물지 않는다. 숲을 거닐다 보면 온몸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숲 인근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제530호 ‘삼봉약수’ 덕분이기도 하다. 탄산과 철분이 풍부한 약수 한 모금은 가을 산책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또한 숲 주변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장터가 열려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갓 부쳐낸 감자전의 고소한 냄새와 구수한 도토리묵,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신선한 무와 배추 등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넉넉한 시골의 인심과 정을 느끼게 해준다.

 

올가을, 이 황금빛 숲은 더욱 특별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홍천군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는 유난히 은행나무 잎이 크고 풍성하게 자라 그 어느 해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절경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10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딱 한 달 동안만 허락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수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옮겨 가을의 정수를 만끽할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간절한 사랑으로 시작되어 이제는 모두의 가슴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는 이 노란빛 세상에서, 깊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온몸으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