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진짜 이야기… 한승태의 '어떤 동사의 멸종'

 작가 한승태(필명·42)는 다양한 직업 세계를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르포를 쓰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가졌다. 대학 졸업 이후 생계를 위해 꽃게잡이 배, 편의점, 주유소, 돼지농장 등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첫 책 '퀴닝'을 펴냈다. 이어 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고기로 태어나서'는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을 수상했다. 그의 작업 방식은 '한승태라는 장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독창적이다.

 

최근 출간한 세 번째 노동 에세이 '어떤 동사의 멸종'은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 등의 직종을 다룬다. 그는 기술 발달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을 선택해 경험하고 이를 책으로 기록했다. 특히 콜센터 상담은 그에게 가장 힘든 경험이었다. 자신에게 일갈한 고객이 알고 보니 또 다른 콜센터 상담사였던 것을 목도한 일은 그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들을 기록하며, 그 노동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고통과 욕망을 세부적으로 묘사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대화 일기'를 작성하며, 일의 디테일을 기록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그의 글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한승태는 대학 시절부터 이청준과 채만식의 작품을 즐겨 읽었고, 노동 에세이를 쓰면서는 조지 오웰과 잭 런던의 영향을 받았다. 이 작가들은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한승태는 자신의 작업이 이러한 전통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논픽션을 '공동체의 투병기'라고 표현한다. 고통을 겪은 이가 그 고통을 잘 모르는 이에게 전하는 투병기에서 텍스트의 힘과 공감을 느끼며, 한국 사회의 정신적 지도를 그려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