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손실 방치하면 치매 시계 빨라져

 미국 텍사스대 글렌 빅스 알츠하이머병·신경퇴행성질환 연구소 수다 세샤드리 박사팀이 청력 손실과 치매 위험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이 있는 사람이 보청기를 사용할 경우 70세 이전에 치매에 걸릴 위험이 61%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19일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신경학(JAMA Neurology)’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보청기를 통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은 치매 발병을 높이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등도에서 중증 수준의 청력 손실을 가진 사람 중 보청기를 사용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많은 고령자가 청력 손실을 방치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에 연구팀은 치매 예방 측면에서 보청기 사용의 잠재적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프레이밍엄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프레이밍엄심장연구는 1948년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엄에서 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장기 추적하기 위해 시작돼 지금까지 진행 중인 연구다. 이번 연구에서는 원래 참여자와 그 자녀 2,953명의 청력 손실, 보청기 사용 여부, 치매 발병 상황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의 청력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70세 이전 청력 손실이 확인된 그룹을 대상으로 보청기 사용 여부와 치매 발병 위험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청력 손실이 확인된 후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은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70세 이전 치매 발생 위험이 61% 낮았다. 또 청력 손실이 없는 그룹은 청력 손실이 있는 그룹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2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참여자의 나이, 성별, 혈압, 심혈관질환(CVD) 위험 점수 등 프레이밍엄 뇌졸중 위험 점수(FSRP)와 교육 수준의 영향을 보정했음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70세 이상에서는 보청기 사용과 치매 발생 간 뚜렷한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일부 연구에서 시사됐던 보청기 사용과 치매 예방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다른 연구에서도 보청기가 치매 위험을 낮출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이번 관찰 연구는 청력 손실에 대한 조기 개입이 실제로 치매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팀은 연구의 한계점도 함께 언급했다. 보청기 사용 정도를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했으며, 보청기 사용자가 의료 접근성이 더 좋을 가능성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청력 손실에 대한 조기 개입이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준다”며 “청력 손실을 방치하지 않고 적절한 보청기 사용을 통해 뇌 건강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로 인한 청력 손실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치매와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청력 손실을 조기에 발견하고 보청기 사용을 통해 청력을 보완하는 것이 단순한 생활 편의성을 넘어서 인지 기능 보호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청력 손실이 있는 경우 보청기 착용이 70세 이전 치매 발병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 건강 관리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청력 손실을 조기에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노화로 인한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임을 시사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건강 관리 정책과 치매 예방 전략에도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청력 손실과 치매 발생 간의 강한 연관성을 밝힌 이번 연구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관리에 그치지 않고, 공공보건 차원에서도 보청기 접근성을 높이고, 청력 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청력 손실 정도와 보청기 사용 빈도, 사용 지속 기간 등 보다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치매 예방 효과를 더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청력 손실이 확인되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70세 이전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화 현상을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청력을 관리하고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인지 기능 보호와 치매 예방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